두 개의 태권도 - WT와 ITF

두 개의 태권도 - WT와 ITF


1955년에 태권도라는 이름이 처음 생기고, 1961년에 처음 태권도단체가 출범했으니까, 1960년대만 하더라도 태권도는 계속 만들어져 가는 중이었어요. 그즈음, 품새, 발차기, 그리고 겨루기의 규칙을 정하고 다듬었지요. 이때 이루어진 놀라운 발전 중 하나가 바로 겨루기기술이에요. 예전에는 훈련 중에 다치지 않기 위해서 상대를 직접 때리거나 발로 차지 않았어요. 그런데 대나무를 엮어 만든 몸통 보호대를 발명하면서부터 상대의 몸통을 직접 타격하는 훈련이 가능하게 된 거예요. 생각해 봐요! 움직이는 상대의 몸통에 정확하게 발차기를 적중시키려다 보니, 상대에게 재빠르게 다가가거나 멀어지기 위해 스텝발걸음이 발전했고, 발차기 동작 또한 훨씬 간결해진 거죠. 실전 겨루기에 딱 맞는 방식으로 기술이 진화한 거예요.

한편 태권도라는 이름을 지은 최홍희는 1966년 '국제태권도연맹'을 만들어서 세계 여러 나라에 태권도를 알리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1972년 최홍희가 캐나다로 망명하면서 국제태권도연맹도 함께 한국을 떠나 캐나다에 자리 잡게 되었어요. 그리고 1973년, 국제태권도연맹이 떠난 빈자리에, 한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얻고 생겨난 게 바로 세계태권도연맹이에요. 오늘날 우리가 배우는 태권도를 보급하는 곳 말이에요. 비슷한 이름이 나오니 조금 헷갈리죠? 국제태권도연맹은 영어로 'International Taekwondo Federation'이라고 해서 약자로 'ITF', 세계태권도연맹은 World Taekwondo Federation'이라고 해서 약자로 'WTF'라고 불렀어요. 그런데 세계태권도연맹은 2017년 세계태권도로 이름을 바꾸고 영어 약자도 WT로 바꿨어요.

'ITF'와 'WT', 두 태권도는 서로 다른 기술을 개발했고, 이를 통해 세계 무대에서 경쟁하기 시작했어요. 세계태권도WT는 '겨루기'를 스포츠처럼 변화시키는 데 힘을 썼어요. 태권도를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만들고 싶었거든요. 올림픽에는 이미 손을 주로 사용하는 복싱 경기가 있으니까 WT 태권도는 발 기술 위주의 겨루기로 경기 방식을 변화시켰어요. 반면 ITF 태권도는 스포츠로서의 성격보다는 무예로서의 특징을 더 강조했어요. 그 결과 ITF 태권도 겨루기는 실전 격투에 가까운 모습이 되었어요. 손으로 얼굴을 타격할 수도 있고, 몸통보호대를 착용하지도 않아요.

한국에서는 원래 WT의 영향력이 강했었어요. 그런 데다가 1980년대부터 ITF 태권도가 북한에 보급되면서 ITF = 북한 태권도'라는 인식이 생겨났어요. 그래서 ITF 태권도를 배울 기회가 거의 없었지요. 더구나 WT 태권도가 2000년 시드니 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이 되면서 '태권도'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WT 태권도만을 떠올리게 되었어요. 이런 까닭에 여러분에게는 ITF 태권도가 생소할지도 몰라요.

하지만 ITF 태권도 역시 태권도의 뿌리와 역사를 간직한 '조금 다른 방식의 태권도'로서 여전히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요. 서로 다른 고민과 목표를 통해 다르게 발전한 모습을 보면서 각자 잃어버린 것을 돌아볼 수 있도록 하는 거울이 되어 주기도 하고요.

요즘에는 서로 경쟁을 통해 발전해 온 두 개의 태권도가 하나로 합쳐져야 한다는 주장도 있어요. 하지만 모든 무술은 누가 수련하느냐, 어떤 상대를 만나느냐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해 가기 마련이에요.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고 상대의 강점을 배워 나가면서 새로운 기술을 만들고 다듬어 나가니까요. 태권도는 이미 전 세계 190여 개국에서 수련하는 무예이자 스포츠가 되었어요. 그러니까 다양한 개성과 재능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새롭게 변화하는 태권도를 지켜보는 건 어떨까요? 마치 영국에서 약 150년 전에 처음 시작된 축구가 이제는 독일에서, 브라질에서, 한국에서, 다른 매력의 경기를 연출하는 것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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