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올림픽

두 얼굴의 올림픽


2014년 9월, 강원도 정선에 있는 가리왕산 숲의 나무 약 60만 그루가 잘려 나갔어요. 왠지 알아요? 2018년 평창 올림픽 대회를 위해 활강 스키장을 건설해야 했거든요. 올림픽 스키 경기를 위해서는 3킬로미터 이상의 길이에 높이차가 800미터 이상 나는 산비탈이 필요해요. 평창 근처에서는 가리왕산이 가장 적합했다는 게 평창 올림픽 조직위원회의 주장이었어요.

가리왕산에는 다양한 나무와 식물들이 자라고 있었어요. 오소리, 삵, 담비, 하늘다람쥐, 노루 등 귀한 야생동물들도 있었고요. 이렇게 500년도 넘게 이어온 소중한 생명의 터전을 단 3일 동안 열리는 스키 경기 때문에 훼손했다는 게 말이 되나요? 더욱 속상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거였어요. 생명을 함부로 다뤘던 평창 올림픽의 준비 과정은 30년 전 열렸던 1988년 서울올림픽과 판박이였어요.

그 당시 서울 올림픽조직위원회는 전 세계에 발전한 한국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어요. 그래서 도시를 정비해야 한다며 가난한 동네의 집들을 강제로 철거했어요. 그곳에 살던 사람들은 변두리로 쫓겨났는데 그 수가 무려 72만 명에 달했지요. 이들 중에는 부천의 고강동 도로 주변에 임시로 집을 마련한 사람들도 있었어요. 그런데 이 임시 거처마저 올림픽성화가 지나가는 길목이라는 이유로 철거됐어요. 발전된 한국의 이미지를 망가뜨릴 수 있으니까 외국인의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살라고 했던 거예요. 결국 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땅굴을 파고 들어가 생활해야 했어요.

사실 이런 일은 다른 나라에서도 일어나요.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2016년 리우올림픽까지, 올림픽을 개최하면서 생겨난 철거민이 최소 300만 명이라고 해요. 올림픽이 '평화와 화합을 위한 세계인의 축제'라면서, 왜 집을 잃는 사람들이 생겨야 할까요? 또 매번 '친 환경 올림픽'이라고 홍보하면서도, 한편에서는 아무 잘못 없는 생명들이 죽어 가야 할까요?

그건 바로 '평화와 화합의 축제'라는 선전과 달리, 올림픽으로 인해 '이득을 보는 사람'과 '고통 받는 사람'이 따로 있기 때문이에요. 올림픽을 개최하면 도시가 더 유명해지는 데다가, 새로운 시설을 짓는데 어마어마한 액수의 돈이 쓰이거든요. 그러니까 정치인과 대기업, 부동산 개발업자들은 올림픽 덕분에 큰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갑자기 살던 곳에서 쫓겨나고, 올림픽을 열기 위해 도시가 진 빚은 엄청난 세금 부담으로 돌아와요. 가리왕산처럼 소중한 자연이 무자비하게 훼손되기도 하고요. 물론 올림픽을 개최한다는 자부심 같은 걸 잠시 느낄 수는 있겠죠. 하지만 그게 삶의 터전과 자연환경을 지키는 것보다 중요하지는 않잖아요?

앞으로 한국에서 올림픽이 다시 열릴지도 몰라요. 벌써 남한과 북한이 2032년 여름 올림픽을 공동 개최할 수도 있을 거라는 얘기도 들려오니까요. 그럼 또다시 많은 사람들은 올림픽의 밝고 화려한 얼굴에 매료되겠죠? 하지만 그럴수록 올림픽의 또 다른 측면을 세심하게 헤아려야 할 거예요. 그래야 몇몇 사람들만 이득을 보고 반짝 끝나는 행사가 아니라, 여러 사람이 두루두루 기억하고 곱씹는 진짜'평화와 화합의 축제'가 될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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